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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첫 관문, 냉장고 없는 하루를 버티는 법

by 남매와 성장하는 엄마 2025. 4. 18.

냉장고 없이 살아간다는 건

먹고살기 첫 관문, 냉장고 없는 하루를 버티는 법
먹고살기 첫 관문, 냉장고 없는 하루를 버티는 법


냉장고 없이 하루를 살아본 적 있는가?
나는 그 질문에 고개를 저을 수 없게 되었다. 오늘은 먹고살기 첫 관문, 냉장고 없는 하루를 버티는 법에 대해서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중고로만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가 바로 냉장고였다. 이전에 쓰던 냉장고는 처분했고, 새로 구할 중고 냉장고를 찾는 중이었지만 마음에 드는 조건의 제품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며칠이면 되겠지’ 했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냉장고 없이 맞이한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불편하고 고단했다.

마트에 가도 쉽게 장을 볼 수 없었다. 고기? 계란? 유제품? 사는 족족 상할 게 뻔하다. 심지어 채소도 며칠만 지나면 시들어 버리기 일쑤였다. 배달 음식으로 때우자니 ‘중고로 살아보기’ 정신에 어긋났고, 게다가 돈도 많이 들었다. 식생활을 최소화하고, 현명하게 식재료를 구해서 그때그때 바로 해 먹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나는 냉장고 없는 삶을 최대한 버텨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의외의 방법, 뜻밖의 따뜻함을 마주했다.

 

중고 커뮤니티의 정(情), 식재료를 나누는 사람들


냉장고가 없는 일상 속에서 내가 기대게 된 것은 동네 중고 커뮤니티였다. 처음엔 물건만 거래하는 공간이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거기엔 삶이, 마음이, 온기가 있었다.

당근마켓, 지역 맘카페, 번개장터의 ‘나눔’ 탭. 이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남은 식재료를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두부 한 모 남았는데, 오늘까지 유통기한이에요.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김치 많이 담갔는데 나눠드려요. 직접 만든 거예요.”

“우리 집 감자 너무 많이 와서 다 못 먹어요. 3개씩 나눠드릴게요.”

이런 글들을 볼 때마다 처음엔 ‘진짜일까?’ 싶었다. 하지만 정중히 연락을 드리고, 꾸벅 인사하며 찾아가면 대부분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셨다. 어떤 분은 감자를 건네주시며 “물러가기 전에 빨리 드셔요~” 하고 웃었고, 또 어떤 분은 쪽파를 주며 “국 끓여 먹기 좋아요. 멸치 있으면 같이 넣어요” 하고 조리법까지 알려주셨다.

이렇게 받은 재료들은 하루 이틀 안에 바로 조리해서 먹어야 했기에, 음식이란 걸 더 소중하게 대하게 됐다. 남기면 안 되니까 꼭 필요한 만큼만 조리했고, 과식도 하지 않았다. 냉장고가 없다는 이유로 외식만 할 줄 알았던 내가, 오히려 집밥을 자주 해 먹게 된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나눔은 “반찬통 3종 세트”였다. 어떤 어르신이 김치, 콩자반, 멸치볶음을 담아주시며 “반찬통도 같이 가져가요. 돌아올 생각 말고~”라고 하셨다. 그 반찬통 하나하나에 그 집의 온기, 그 사람의 정이 담겨 있었다. 처음엔 반찬보다 반찬통이 더 낯설고 고마웠고, 덕분에 밥 한 그릇도 허투루 먹을 수 없었다.

 

불편함 속에 피어난 감사와 배움


냉장고가 없다는 건 단순히 불편함 그 이상의 문제였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편의가 사라지고 나니,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정교한 균형 위에 놓여 있었는지 절감하게 되었다. 식재료 보관, 식단 계획, 장보기 방식… 모든 것을 재설계해야 했다.

하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나는 오히려 더 계획적으로 사고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하루 식사를 미리 떠올리고 필요한 재료만 챙겼고, 그날 안에 다 쓸 수 있도록 양을 조절했다. 어쩌다 남은 재료는 다음 끼니에 꼭 활용했고, 음식물 쓰레기는 현저히 줄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과의 따뜻한 연결이 이 도전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의 작은 나눔 덕분에 배를 채울 수 있었고, 그 나눔을 통해 누군가의 삶의 조각과 마주하게 됐다.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가 아니라, 삶을 나누고 연결하는 행위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건 단순한 생존기가 아니라 공존기였다.

냉장고 없는 며칠이 결국 나를 사람 곁으로 이끌었다.
생각보다 불편했고, 생각보다 따뜻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먹고산다는 것, 그 자체가 누군가의 정과 손길 위에 가능하다는 걸.

다음 편에서는 중고로 구한 냉장고 이야기도 해볼까 한다.
‘냉장고에 담긴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하나의 가전이 다시 누군가의 일상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볼 예정.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