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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거래 한 번에 반나절, 시간과 거리의 에너지 소모
중고 거래는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중고 거래의 시간과 거리, 의외의 에너지 소비에대해서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새 상품을 사기엔 부담스럽고, 중고로 괜찮은 물건을 구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라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중고 거래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처음엔 단순히 물건 하나 사고파는 일이라 여겼지만, 실제로는 시간, 거리, 일정 조율, 심지어 감정적인 피로까지 따라오더군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서 오히려 ‘느림의 가치’라는 낯선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오늘은 중고 거래를 하며 느낀 현실적인 불편함과 그 속에서 발견한 작지만 따뜻한 변화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한 번은 책상을 하나 구입하려고 당근마켓을 뒤지다가 상태 좋은 제품을 발견했습니다. 가격도 괜찮고 사이즈도 제가 찾던 딱 그 크기. 그런데 판매자가 위치한 곳은 저희 동네에서 지하철로 50분, 버스까지 포함하면 1시간 10분 거리였습니다. ‘그래도 이 가격에 이 정도 상태면 가볼 만하지’ 싶어 대화를 시작했죠.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서로 시간이 안 맞아 약속을 조율하느라 며칠이 걸렸고, 결국 토요일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그 시간에 맞춰 이동하고, 도착해서는 상대방을 15분 정도 기다렸고요. 거래는 금방 끝났지만, 집에 돌아와 보니 오후가 거의 다 지나 있었습니다. 왕복 2시간 30분에 교통비까지 생각하면, ‘과연 이게 효율적인 소비였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의 ‘예상치 못한 시간 소모’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직거래를 선호하다 보니 상대방이 원하는 위치와 시간에 맞추려면 유연성이 필요하고, 자칫하면 하루 일정 전체가 휘청이는 경우도 생기죠. 특히 직장인이거나 일정이 빠듯한 사람이라면 더 큰 부담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중고 거래를 하는 이유는, 그 안에 나름의 재미와 보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중고 거래는 결코 ‘간단한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이죠.
낭비 같았던 시간, 아날로그 리듬으로의 회귀
시간과 에너지 낭비처럼 느껴졌던 중고 거래의 과정 속에서, 뜻밖의 소득도 있었습니다. 거래 장소까지 이동하면서 생긴 여유 시간, 기다리며 아무 생각 없이 거리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들, 낯선 동네를 천천히 걷는 경험이 그것이었죠.
어느 날은 거래 장소 근처에 도착했는데 상대방이 늦는다고 해서 근처 카페에 들어가 책을 읽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정신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봤을 텐데, 그날따라 조용한 분위기에 마음이 가라앉더라고요. 오랜만에 아무 방해 없이 책 한 권을 집중해서 읽었던 그 시간이 생각보다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한 번은 거래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작은 공원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노을이 너무 예쁘게 져서 그냥 벤치에 앉아 20분 정도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그 순간엔 ‘중고 거래’라는 목적보다, ‘이 길을 걷게 된 우연한 계기’가 더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거래를 위해 이동하고 기다리는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제 일상에 없던 ‘아날로그 리듬’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조건 빠르게, 편리하게만 움직이던 생활 속에서 조금은 느려지는 시간이 생겼고, 그 시간이 주는 정서적인 안정감도 의외로 컸습니다.
바쁜 일상 속, 나도 몰랐던 '쉼표' 하나
우리는 늘 빠르게 살아갑니다. 메시지는 즉시 답해야 할 것 같고, 배달은 30분 안에 도착해야 하며, 쇼핑도 클릭 몇 번이면 끝나죠. 하지만 중고 거래는 그 반대입니다. 기다려야 하고, 만나야 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이해하거나 양보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 불편함이 오히려 저에게는 ‘쉼표’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거래를 기다리는 동안 괜스레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고, 상대방과 대화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어디 사세요?", "이거 오래 쓰셨어요?" 같은 말을 나누다 보면 잠깐이지만 사람 냄새가 느껴집니다. 온라인에서의 소비가 ‘비인격적’이라면, 중고 거래는 조금 더 ‘사람 사이’의 일이더라고요.
요즘은 바쁜 와중에도 일부러 ‘느린 거래’를 선택할 때가 있습니다. 굳이 택배거래를 하지 않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만나서 거래합니다. 그렇게 하면서 제 삶에 작은 브레이크가 걸리고, 잠시라도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으니까요.
물건을 사고파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게 된 지금, 중고 거래는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서, 제가 삶을 천천히 바라보는 방식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바쁜 일상에 스며든 느림의 미학, 그것이 제가 중고 거래를 계속하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총정리하면, 중고 거래는 시간과 에너지를 꽤나 요구하는 일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 느려질 수 있고,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난 작은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거래를 위해 이동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여정 속에서 작은 쉼과 발견이 함께하길 바랍니다.